수운잡방에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다. 그러나 내 표지 다음 면에 생활철학 일단을 파악할 수 있는 말이 적혀있다.
少情寡欲(소정과욕)
節聲色薄慈味(절성색박자미)
時有四不出(시유사불출)
大風大雨大暑大寒也(대풍대우대서대한야)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욕심을 함부로 부리지 말며
성색을 줄이고 쾌락에 빠지지 말라.
바깥출입을 삼가야 할 네 가지 경우가 있으니
바람 사나운 날, 큰 비 내리는 날, 더위가 기승인 날, 추위가 매서운 날이다.
본문은 23매이며 마지막 장은 이면에 부착되어 있고 본문도 전편 16매와 후편 7매로 나누어진다. 종이의 질은 아무런 색이 없는 저지(楮紙, 닥나무로 만든 종이)로 만들어져 있으며 좀이 좀 슬어 있고 색깔이 갈색으로 약간 변해 있으나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현재 수운잡방은 저자 김유의 아들인 설월당 김부륜(雪月堂 金富倫)선생의 14대 종손인 김영탁(金永倬)선생이 소장하고 있었으며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되어 있다.
또한 당시에 유포되고 있던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의 각종 요리서에 나오는 요리법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각종 요리서를 참고하여 저술된 것으로 보이나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니라 각기 나름대로의 기술을 가미하고 항간에 나돌고 있는 속방(俗方)을 수록하기도 하였으며 , 양반가문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토착화된 조리법도 기록되고 있어 요리법의 변천이나 용어의 변화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음식문화에 대한 의식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재 남아있는 조리에 관한 전문적인 문헌은 고려시대 까지는 전혀 없었고, 2001년에 발견된 궁중어의인 전순의(全循義)의 『산가요록(山家要錄)1449년』이 우리나라 최초의 식품고전종합농서로 전해지고 있으나, 궁중어의가 기록한 것이고 일반인이 기록한 것은 『수운잡방(需雲雜方)』이 처음이다.
음식의 조리가공법이 하루아침에 시작되고 소멸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이 책의 내용은 고려말기에서 조선전기에 걸친 한 시대의 음식법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어 왔다.
더불어 수운잡방은 식품조리사의 연결고리가 될 뿐만 아니라 국문학적으로도 귀중한 책이며, 술 빚기, 김치, 장류, 식초류, 채소저장하기(藏菜), 재료의 사용에서 조리,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하므로, 당시 안동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의 식생활 형태를 확실히 알리고 우리나라 전체의 식생활을 추정할 수 있는 희귀서이면서 귀한 자료이다.